2023. 1. 23. 18:44ㆍPHOTO DIARY
태안에서 새해를 맞은 지 한 3-4년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파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린 파란색의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를 좋아하지만, 근래에는 내가 좋아하는 바다보다는 서해 바다를 더 많이 본 듯하다. 그 결과 서해바다의 노을과 잔잔한 바다를 더 많이 사진에 담을 기회가 생겼고, 최근 활동했던 사진 모임에서도 서해 바다를 담은 사진을 연말 사진전에 출품해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다.
누군가 자꾸 보다 보면 이쁜 점을 찾게 된다는데,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서해 바다는 다양한 모습들을 나에게 뽐내듯 보여줬던 것 같다. 우주 같은 하늘부터 붉고 보랏빛으로 예쁘게 물든 하늘, 보기 어려운 무지개가 뜬 채운까지. 돌이켜보면 천천히 물들듯 매력을 보여줬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서해 바다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특히 ‘노을 진 바다’에 대한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새파란 바다는 저녁이 되면 금방 어둡고 짙은 밤이 되어 버린다. 이때 파도 소리가 유난히 도드라지는데, 바다인지 모르게 암흑이 된 바다에서 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기도 빨려 들어갈 듯 무서움도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서해 바다는 어둠이 찾아오기 전까지 밝게 붉게 끝까지 빛내며 제일 늦게까지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많은 색을 담은 바다라는 점이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을 진 바다를 보러 가자며 부모님을 재촉했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이벤트가 없으면 안 되는 성격이라 뭔가를 꼭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 동안 도심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태안’은 정말 심심한 동네이기에 항상 뭘 할지 고민하다 결론은 노을을 보러 가자로 끝이 난다. 색다른 것을 찾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오늘은 다른 노을을 보여줄 서해 바다를 보고 싶기도 하니까.
올해는 아쉽게도 늦게 출발했기에 떨어지는 해의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해가 지고도 여전히 붉그스름하게 물든 하늘과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나는 오히려 덤덤하게 그 끝을 만끽했던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자 종종 거리며 바닷가만 맴돌다 다시 돌아왔을 뿐.
- Place : 태안 꽃지해수욕장
부모님이 말씀해주시길, 꽃지해수욕장에는 바로 보이는 섬 두개 사이로 해가 떨어져 경관이라고. 그래서 노을의 명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